제1장 LG전자와 부품계열사의 탄생(1970-1984)

3. 정밀공업의 사업기반을 다지다

금성정밀공업 설립과 방산업체 지정

1970년대에 구자경 2대 회장 체제를 개막한 럭키(현 LG그룹)는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장정책을 강화했다. 그 일환으로 금성사는 1975년 축적된 전기·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방위산업 진출을 결정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기술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했으나 선진국들은 핵심기술 이전을 극도로 꺼렸다. 이때 금성사가 국가의 요청에 따라 첨단무기체계 국산화에 앞장서며 국가안보의 일익을 담당하게 됐다.
1975년 1월 금성사는 개발4부를 발족하고 이 조직을 중심으로 방위산업체 설립을 추진해 나갔다. 25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방위산업체의 핵심 기간요원으로 육성했다. 25명의 신입사원은 1975년 9월부터 약 1년간 미국 헌츠빌의 미육군 유도탄 정비학교(MMCA)에서 현지 교육을 이수했다. 이는 당시 민간기업 최초로 단행한 방위산업 기술연수였을 뿐 아니라, 1인당 1억 원이나 투입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외연수이기도 했다.
개발4부 조직을 기반으로 드디어 1976년 2월 24일 금성정밀공업주식회사(이하 금성정밀공업)가 탄생했다. 금성정밀공업의 초대 CEO는 박승찬 금성사 CEO가 겸임했으며, 바로 이 회사가 현재의 존속법인인 ‘LG이노텍’의 전신이며 법적 뿌리이다.
금성정밀공업은 1976년 6월 정부로부터 군수업체로 지정받음으로써 방위산업체의 일원으로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 이어 경북 구미시 수출공단에 금오공장(현 LIG넥스원 구미공장)의 건설에 착수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갈 교두보를 마련했다. 금오공장의 건설은 인근 주민들은 물론 공사에 참여한 기간요원들조차 확실한 용도를 알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한 기밀을 유지하며 진행됐다.

금성정밀공업, 금오공장 기공식(1976)

금성정밀공업, 금오공장 준공기념(1977)

금성정밀공업, 금오공장 전경(1977)

유도무기와 레이더

1977년 7월 1일 그 모습을 드러낸 금오공장에서는 7월 5일부터 나이키 발사반 통제장비, 유도탄 시험장비 등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1년에는 금성정밀공업이 주한미군으로부터 호크 미사일 정비창인 TRMF(Theater Readiness Monitoring Facility)를 인수하면서, 호크, 나이키 미사일정비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했다. TRMF는 개량 호크 유도탄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비 기능을 하는 시설이었다. 주한미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유도 무기 정비창고 국산화를 통해 금성정밀공업은 우리 군의 유도무기 확보를 위한 토대를 닦았다. 금오공장 가동 후 금성정밀공업의 가장 큰 성과는 군용레이더 개발이었다. 이 사업은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 숙원사업의 하나로 추진되었으며, 애초 금성정밀공업이 설립된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 1978년 군용 발칸 레이더 첫 생산을 시작으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금성정밀공업은 국내 유일의 레이더 전문업체로 떠올랐다. 레이더는 유도무기와 더불어 금성정밀공업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금성정밀공업, 미니 레이더 개발 장면(1976)

민수 분야로 진출

금성정밀공업은 방위산업체로 출발했지만, 안정적인 사업기반 확보를 위해 민수 분야로의 진출도 모색했다. 금성정밀공업의 강점인 레이더 기술을 기반으로 1978년부터 선박용 레이더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980년 9월 국내 최초로 민간선박용 항해 레이더를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술개발을 통해 금성정밀공업은 그동안 전량 수입하던 선박용 레이더의 국내 자급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개척하게 되었다. 1981년 영국의 선박장비 제조업체인 RMR과 OEM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1982년 선박용 레이더 1,500대를 처음 선적하는 등 해양장비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금성정밀공업은 우수한 항해 레이더 개발능력을 인정받아 1982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금성정밀공업, 선박용 항해 레이더(GS-753)(1982)

1982년 10월 금오공장이 상공부로부터 조선기자재부문 선박용 레이더 전문공장으로 지정받으면서, 금성정밀은 1983년부터 독자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1983년 컬러 레이더인 브라이트 트랙(Bright Track) 시리즈를 개발했고, 1984년에는 소형 디지털 레이더를 독자 개발해 이듬해부터 영국 시장에 수출했다(RMR에 OEM 수출). 이외에도 미국, 프랑스 등으로 레이더 수출시장을 넓혔다. 이 시기 소형 레이더를 제조 판매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서는 금성정밀이 유일했다. 1986년에는 금오공장에서 레이더 생산이 1만 대를 돌파하여 기념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 금성정밀공업, 표준레이더 장비로 선정된 GS-753이 장착된 선박(1982)

  • 금성정밀, 레이더 생산 10,000대 돌파 기념식(1986)

금성정밀은 어군탐지기, 장거리항법장치(LORAN-C), 무선통신장비(SSB), 측심기(DF) 등의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 선박용 레이더뿐 아니라 종합선박장비 메이커의 면모를 다졌다. 특히 1984년에는 캐나다의 씨텍 (C-TECH)과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 개발에 적극 나섰다.
1985년에는 5,120m 해저 탐지가 가능한 고성능 컬러어군탐지기(FFC-2000)를 생산함으로써 소나 수출은 물론 우리 어민들의 어획고 증대에도 기여했다.
한편 금성정밀공업은 1983년 3월 사명을 금성정밀주식회사(이하 금성정밀)로 변경했다. 사업 영역이 방위산업뿐 아니라 민수 분야로 점차 범위를 넓히고 있었고, 기술용역의 수출 등으로 다각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와 함께 기존 금오공장의 명칭도 구미공장으로 변경됐다.

  • 금성정밀, 미니 레이더(MN-531)(1985)

  • 금성정밀, SSB무선통신기(RS501, RS511)(1985)

  • 금성정밀, 컬러어군탐지기(FFC-2000)(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