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LG’의 이름으로 ‘따로 또 같이’ 성장하다(1985-1999)
2. LG정밀, 방산에 첨단부품을 더하다
고도정밀무기 최고 강자로
1980년대 말 방위산업이 침체하면서 금성정밀은 적자경영을 이어갔다. 때마침 1988년 11월 당시 럭키금성그룹에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 구체화하는 V-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사업단위(CU, Culture Unit)별로 자율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V-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이후 럭키금성그룹은 1991년 3월 그룹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금성정밀을 방산CU로 승격시켰다. 방산CU로 승격되면서 그동안 금성정밀과 연관된 방산사업을 수행하고 있던 여타 CU로부터 금성정밀이 사업을 넘겨받게 됐다.
1991년 5월 금성정밀은 금성전기의 방산장비사업을 흡수했다. 금성정밀의 핵심사업인 유도무기와 레이더 분야에 금성전기의 유무선 통신기기와 전자전 분야 사업이 합쳐졌다. 금성전기의 방산장비사업을 흡수하면서 금성정밀은 국내 방위산업의 중심업체로 도약했다. 그리고 고 사업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 극대화로 방산장비 독자개발 능력이 더욱 확대되고 방위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또한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영효율화로 경영실적이 개선되면서 1991년 말 6년 만에 경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방산장비(레이더)
금성정밀은 1980년대 중반 블랙박스로 불리는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 Cockpit Voice Recorder)를 OEM 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하면서 항공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CVR 생산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1990년대 들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전투기(KFP, Korea Fighter Program)사업 항공 전자부문에도 참여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리고 금성전기 방산장비사업 인수를 계기로 각종 통신장비사업을 본격화했다. 국군 전력증강차원에서 1980년대부터 추진된 율곡(栗谷)사업에 참여했으며, 1992년 11월에는 전파간섭이 심한 환경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차세대 FM 소형무전기를 양산했다.
이와 함께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야전환경에 적합한 차세대 야전지휘통제 무전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그 결과 금성정밀의 시제품이 민간참여업체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으며 1990년부터 군 무기체계 개선을 선도했다.
1994년 12월에는 전자식 전술 교환기를 생산하며 그동안 해외에 의존하던 군 통신장비 현대화에 큰 진전을 이룩했다. 1999년에는 국방부로부터 군 지휘통신망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아날로그 방식 군 지휘통신망을 첨단 디지털 마이크로웨이브 장비로 교체하는 군 전력화사업을 주도했다. 이로써 금성정밀은 유무선, 위성통신은 물론 네트워크에 이르는 군 통신 전 분야에 참여하게 됐다.
한편 고도정밀전자 기술의 총체라 할 수 있는 레이더 부문에서는 금성정밀이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기술도입 업체로 선정돼 해상감시레이더 사업을 수행했다.
금성정밀, 항공기용 조종실 음성녹음장치(1986)
소부대 무전기
금성정밀, GPS-100 해상감시 레이더(1989)
1984년 12월 금성정밀이 조달본부와 미국 ITT에 GPS-100 레이더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금성정밀이 레이더부문에서 구축하고 있는 위상을 입증한 쾌거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금성정밀은 1989년 ITT에 1차 납품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2차, 3차 추가계약으로 이어지며 전국 해안의 해상감시 레이더를 공급하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1991년 6월에는 국방부 숙원과제이기도 했던 저고도 탐지 레이더(TPS-830K)를 금성정밀이 독자 개발했다. 방산 선진기업과 기술제휴 없이 7년에 걸쳐서 막대한 예산과 전문인력을 투입해 개발에 성공했다. 이 성과로 1997년에는 국방부가 수여하는 국방과학연구개발 대상을 받았다. 1990년대 말 금성정밀은 지상용 방공 레이더를 비롯해 함정용 항해 및 대공 레이더, 해상감시용 레이더 등 다양한 종류의 첨단 레이더를 독자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했다. 금성정밀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방위산업 제품을 생산하면서 다양한 정밀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금성정밀, 저고도 탐지 레이더(1991)
또 하나의 주력사업, 계측기
1985년 금성정밀은 계측기 사업에 전격 진출했다. 1979년 국가 검·교정 기관으로 지정된 금성정밀은 이후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계측기의 교정 및 수리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방위산업을 통해 계측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밀전자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 금성정밀은 1985년 주파수 측정기를 국내시장에 내놓으며 사업의 첫 출발을 알렸다.
1985년 12월에는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 개발에 나섬으로써 계측기 사업을 본격화했다. 오실로스코프는 주파수 측정기로 측정하기 곤란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전자 계측기이다. 금성 정밀은 일본 히타치와 기술도입 계약을 맺고 1986년부터 오실로스코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에 이르면서 휴대용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를 유럽연합(EU) 15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금성정밀은 1996년 첨단계측기인 스펙트럼 분석기를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하면서 전자 계측기 분야 국내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스펙트럼 분석기는 통신기기의 주파수를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핵심장비이다. 금성정밀은 이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스펙트럼 분석기를 1998년부터 미국 계측기업체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계측기 사업은 1990년대 금성정밀의 가장 중요한 성장사업의 하나로 기대를 모았다.
1995년 1월에는 럭키금성 그룹의 명칭이 LG로 바뀌면서 금성정밀도 그룹의 CI에 맞춰 LG정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금성정밀, 정밀 계측기 오실로스코프(1986)
LG정밀, 전자 계측기 3종 ISO 9001 인증 획득(1995)
LG정밀, 계측기 제품(1995)